제가 밸런스 게임을 좋아해서 미국 대학원 밸런스 게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같이 나눠보고자 합니다.
자 지금부터 밸런스 게임 시작합니다!
- 교수님이 지도를 잘 해주시는 신생 랩 vs. 교수님이 바쁘신 대가 랩
- 랭킹 높은데 외곽 위치 vs. 랭킹 낮은데 도시 위치
- 랭킹 높은데 펀딩 X vs. 랭킹 낮은데 풀펀딩
여러분은 뭘 선택하시겠습니까?
교수님이 지도를 잘 해주시는 신생 랩 vs. 교수님이 바쁘신 대가 랩
저는 교수님이 바쁘신 대가 랩을 선택하겠습니다.
신생랩이어도 교수님이 바쁠 수 있다
옵션이 교수님이 지도를 잘 해주시는 신생랩이라고 했지만, 신생랩이라고 해서 교수님이 지도를 다 잘 해주시는 건 아닙니다.
저는 학부생 때 두 번의 연구실 경험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통계학과 산하 랩이었고, 다른 한 곳은 Computer Science/AI 학과 산하 랩이었습니다. 교수님도 부임하신지 얼마 안 되셔서 (그 때 아마 1년차 이셨습니다) 당연히 연구실도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께서 제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였던 멀티모달을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드렸고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 2개의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멀티 모달과 직접 관련된 연구와 AI 공정성에 관련된 연구였습니다. 전자는 석사생들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연구여서 중간에 끼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후자 연구 프로젝트에 들어 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미팅을 하고 논문 발표를 했는데 교수님이 바쁘셔서 지도를 해주지 못하셨습니다. 결국에는 논문만 읽다가 끝난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그 교수님이 CS쪽이셔서 추천서를 부탁드릴까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교수님과의 미팅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 저를 잘 어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추천서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흔쾌히 추천서가 필요하다면 써주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대가랩에는 체계가 잡혀 있다
대가랩의 교수님들은 바쁘십니다. 티칭 외에도 연구 논문 작성, 컨퍼런스 참석 등등을 하시고 또 어떤 교수님께서는 회사를 창업하시는 교수님도 계십니다.
저는 UIUC에도 관심을 갖고 학교 조사를 했었는데요. UIUC CS에서 자연어 처리 쪽을 연구하는 한 연구실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는데 확실히 교수님도 대가라는 게 느껴지고, 랩도 대형랩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한국 박사 1년차 분께 연락을 드려서 줌 미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교수님이 바쁘셔서 석사생으로 오면, 거의 3-4년 차 박사생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교수님과 직접적인 접촉은 적을 수 있지만, 박사생들도 많은 랩이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대가랩이라는 건 유명한 학회에 논문을 여러 편 게재했고,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고 있는 랩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랩에 들어가면, 연구 보조금을 받으면서 연구를 할 수가 있습니다.
어떤 연구실에서든 능동적으로!
어떤 연구실에서든 능동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미국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다면, 연구 미팅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한 연구 과제가 끝나면 다음 과제는 없는지 교수님한테 여쭤보세요. 저도 1년 6개월동안 학부 연구생을 했는데 그 연구실의 석사생만큼의 프로젝트를 했고, 제 SOP에 그 경험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교수님을 많이 찾아가서 연구 관련 얘기를 했기에 좋은 추천서도 받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그런데 이 밸런스 게임 질문은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실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물론 저도 구체적으로 멀티 모달의 어떤 연구를 하고 싶냐고 물으면 아직 답을 드릴 수는 없고, 내가 그걸 연구하고 싶다고 해서 연구실에 들어가서 그 연구를 실제로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 연구 분야를 명확히 한다면, 주체성있게 연구실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랭킹 높은데 외곽 위치 vs. 랭킹 낮은데 도시 위치
와 이거 어렵네요. 저는 도시를 좋아하는데 도시도 좋은 “도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도시도 도시 나름!)
필라델피아
제 친구가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UPENN 을 교환학생으로 갔다온 적이 있는데요. 필라델피아가 펜실베니아 주에서 나름 도시 쪽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더럽고 노숙자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필라델피아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채플 힐
제가 합격한 UNC는 North Carolina 주에 있는 Chapel Hill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NC 주에서는 Charlotte이 도시에, Chapel Hill은 외곽에 가깝습니다. UNC에서 학위를 취득하신 교수님께서 제게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시카고에 사실 때는 매일 밤마다 총기 사건 경보 문자가 오셨다는데 UNC는 그런 점에서 치안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연이 많아 산책하기도 좋으셨다고 합니다.
밸런스 게임에 답을 하자면, 저는 랭킹 높은 외곽 위치를 택하겠습니다. 외곽 위치가 Chapel Hill 정도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UNC 주변에 Duke와 NC State 대학교가 있는데 다른 대학교도 있어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채플힐에서는 무료로 버스를 타고 근처를 다닐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학기는 차 없이 미국에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보스턴
보스턴 쪽에도 좋은 학교들 (Harvard, MIT)이 많아서 인프라가 잘 되어 있습니다. 특히 학교가 많은 만큼 보스턴은 학생들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역을 선택하실 때 내가 하고 싶은 분야와 그 지역에서 활성화된 산업 분야가 align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보스턴 쪽은 제약/바이오 회사가 많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바이오, 약학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중에 여름 인턴십으로 제약/바이오 회사에서 일을 해볼 수 있습니다.
Finance 쪽은 뉴욕, 예술 쪽은 뉴욕이나 LA 등, CS나 IT 쪽은 캘리포니아 쪽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TMI: 제가 10년 전에 UC Berkeley를 갔다온 적이 있었는데 버클리 날씨와 활기찬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버클리는 랭킹이 높으면서도 도시 위치인 학교인데,, 여러분들이 이런 곳에 합격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랭킹 높은데 펀딩 X vs. 랭킹 낮은데 풀펀딩
음… 저는 석사와 박사로 구분해서 대답하겠습니다. 석사는 랭킹 높은데 펀딩 X이고, 박사 과정에 합격했다면 랭킹 낮은데 풀펀딩을 선택하겠습니다.
우선, 석사는 2년입니다. 한 때 미국 대학 학부 과정 진학도 생각했었는데 4년이고, 연에 1억씩 든다고 대충 잡았을 때도 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듭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원 석사는 2년이라서 크게 2억을 잡고 있지만, RA/TA 의 기회도 있어 save되는 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만약 졸업생(alumni)이 좋은 기업들에 취업해서 랭킹이 높아졌다면, 저는 더 그 랭킹 높은 대학원을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펀딩이 없어도 부모님이나 장학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 랭킹 높은 대학원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저에게 박사 과정은 삽질을 깊게 깊게 많이 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박사는 보통 5년을 잡고 가는데 풀펀딩이 없다면 많이 고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박사는 랭킹 낮은데 풀펀딩을 택하겠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을 밸런스 게임에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랭킹이 높은, 도시 위치에 있는 대학원에 합격 레터를 받으면서 펀딩을 받고 진학하는 석사생 등 다양한 상황이 있겠지요.
만약 여러 대학원에 붙으신 분들 (축하드립니다)은 어떤 학교를 가야할지 고민이 되실 겁니다. 그러면 주변의 교수님, 선배들한테 물어보셔서 여러 사람들께 조언을 구하시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학교 입지나 랭킹, 생활 환경, 물가 등등을 잘 고려하셔서 현명한 결정 내리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곳만 붙어서 다행히 그런 고민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칼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