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쯤 미국에 온 후 학교 파티에서 만나게 된 내 친구의 친구가 나에게 연락을 하더라구요.
같이 연극보러 가지 않겠냐고. 난 당연히 그 남자가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나도 그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같이 연극을 보고 좋은데서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어요.
그 뒤로 일주일에 2-3번은 그와 만나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주말에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그의 친구들과 만날 때도 나를 초대하는 일이 늘어갔다. 그렇게 두 세 달을 그와 만나면서
우리는 스킨십이 자연스러워졌고, 난 자연히 우리가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를 자기 지인들에게 소개할 때 한 번도 ‘내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지 않더라구요...
항상 ‘내 친구’라고 나를 소개했고, 난 그게 이상했습니다. 도대체 우린 무슨 사이인거지?
그래서 석 달이 채 지나가기 전에 그에게 물어봤다. ‘나는 너에게 뭐니? 내가 너의 여자친구니, 아니니?’ 그랬더니
그는 무척이나 당황하더니 이렇게 대답하는거에요..
‘난 널 많이 좋아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아.
그렇지만 아직 누군가와 진지하게 사귈 준비는 안되어 있어.
네가 원하는 관계가 진지하게 사귀는 관계, 연인 관계라면 난 너와 더 이상 데이트를 할 수가 없어.
그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난 널 인간적으로 무지 좋아하고 친구로서 널 잃고 싶지 않아.’
이 말을 듣는 순간 황당했고 화가 났습니다. 그 때는 그 친구와 다시 볼 일이 없겠다라고 생각하고는 전화를 끊었구요.
그런데 며칠뒤에 그는 또 연락을 했고 저녁 초대를 하더군요. 첨엔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그를 피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이전과는 다르게 스킨십을 전혀 하지 않고
나를 정말로 친구로만 대하더라구요. 그렇게 우린 나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길 때까지 종종 만나는 친구 사이로 지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외국인과 한국인의 이성교제, 문화 차이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민 일반적으로 한국의 이성교제는
1.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호감을 느낀다.
2.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몇 번 더 만나본다. 보통은 이 기간이 한 달 이상 넘어가지 않는다.
3. 만약 두 사람의 감정이 그저 그런 호감 정도라면 몇 번 만난뒤에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아니면 둘 중 한 사람이 사귀자고 제안한다. 보통은 호감이 더 있는 사람 쪽에서 제안을 한다.
4. 상대방이 동의하면 사귀는 관계, 연인 관계가 된다.
5. 본격적인 스킨쉽을 하게 된다.
반면 제가 경험한 외국인 남자친구는
1.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호감을 느낀다.
2.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몇 번 더 만나본다. 이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스킨쉽이 이루어진다.
3. 2번 단계가 보통 한 달 이상 지속된다. 서너 달 이런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이 단계로 일년 이상 가기도 한다.
4. 두 사람이 2번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에 동의하면 사귀는 관계, 연인 관계가 된다.
이러한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제가 초반에 이 친구를 만나면서 힘들어했던 것 같더라구요..
한국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이 단계가 길게 지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좋으면 사귀자, 아니면 그만 만나자!
한 달 안에 확실하게 관계가 정리되는 반면, 외국인 남자는 나에게 잘해주고 내 연인처럼 굴지만,
확실하게 우리가 사귀는 사이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몇 달이 흘러가는거다.
외국인의 이성교제 패턴을 알고 있다면 이 단계가 많이 힘들지 않겠지만, 연애 경험이 별로 없고,
특히나 외국인 남자를 처음 사귀는 한국 여성이라면 저처럼 이 단계가 당연히 힘들 수 밖에ㅠㅠ
데이트도 여러 번 하고, 주말을 하루 종일 같이 보내도 지루하거나 피곤하지 않은지 보고,
내 친구들, 가족들과 만날 때 어색하지 않은지 보고, 싸울 일이 있을 때 서로 잘 타협하고 해결하는지 등
커플이 되기 전에 테스트를 해본 후 이 사람과 정말 잘 맞는구나라는 확신이 들면 공식적인 커플 관계로 발전하는
서양 사람들의 연애 방식이 합리적이고 덜 위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 틀리고 맞고는 없지만요ㅎㅎ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